산산히 부서지는 느낌,
내 손에 나침반은 있지만
길은 없는 듯한 느낌.
그 끝을 가려면 길을 내야해.
다만, 끝을 알 수 없는
낭떠러지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,
발걸음은 내 앞의 길로만.
날카로운 끝에서 눈을 떼질
못해 커져만 가는 자괴감.
흐려지는 기억의 잔상에
멍해지는 눈동자.
뚫린 가슴에 술만
채우네. 돌이켜보면
그땐 내 두눈 빛났었는데,
찰라의 순간에 말라버린 꿈에 배만
불렀네. 두둑했던 지갑마저
빈털터리네.
눈감은 저들이 더 대단해보여. 길
찾아 더듬는 손길 살아있어보여.
빛을 봤던 난,
어둠속에 멈춰섰어. 이럴거면
내 눈 다시 감고싶어서 서있어.
용서고속도로. 병 있어,
색은 초록.
좀 더 취하길 빌어.
결심하게, 아무쪼록. 지나가는 차들
나를 보면 하이빔 깜빡깜빡.
난 그들을 바라보며
생각해 뛰어들까 말까.
눈 질끈 감았다 뜰때,
반짝이며 다가온 고속도로
순찰대.
"죄송합니다. 길 잘못 들었어요,
취해서. 옆에 삽니다.
혼자 걸어갈게요" "선생님,
선생님, 뭔지 모르겠어요.
감정도, 제 얼굴도 맘대로
안 돼요."
무표정하게 건내준 문진표,
약봉지 한봉.
아프지 물론, 모두가,
세상살이에.
냉정해지면 내가, 내가 더 이상하게
돼. 남들과 똑같이
채우려 노력했는데,
나만 못 견딘 이건
대체, 이건 대체
뭔데. 그래, 사실 내가
제일 빈 껍데기였었는데,
계속 부정했네. 초탈한척,
그래서 이해하는척,
모두를 용서하고 베푸는척,
모두 예상한척.
좁히려 노력해봤지, 나와
나의 간극.
그러나 지독한 피해의식
다시 도질때쯤,
홀린듯 발걸음 옮겨 멍하니 있는
곳, 14층, 바닥끝에
내가 있을듯.
내 영혼의 눈과, 썩은 동태눈깔,
눈을 가진 주인말고
차이점은 뭘까.
병들어 아픈걸까,
아파서 병든걸까.
이런게 당연한건데,
내가 문젠 걸까.
형 말이 맞아, 그래,
뒤틀려진 뭔가를 봤을 때,
내 머리속의 시계는 멈추고,
헛된 시간에 갇히네.
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몰라,
한참을 기다려왔지 왜냐면 내가
정말로 원했던 일이기에.
말라버렸어, 꿈을 버렸어, 그래
솔직히 말해보자면 형이랑
같은 터널 안에 들어간채,
두리번거리기만 할 뿐.
코앞을 볼 수 없어
두눈을 감은 아픔.
아픔은 유발하지 찢기는 고통을, 그
고통은 친구를 데려와
이름은 복통.
두가지만으로도 충분한데, 소금을
뿌리고 또
때려 상처 생기는 족족.
괜찮냐는 말 먼저 꺼내기 힘들어.
알다시피 내 상황도 많이
안 좋고 힘들어.
근데, 아직까진 사실 괜찮아.
나랑 형 포함해서 모든
사람들 사는 것 똑같잖아.
내가 바닥을 헤매고 길을 잃을때
넌 내옆에서 내 얘기를
들어주면 돼 (그럼 돼)
내가 날개를 잃어 떨어질때
너는 엎드려진 나를 그냥 그저
위로해주면 돼 (위로해) 아픔,
너의 아픔은 아픔
(객관화하지 않아,
너의 마음을 봐) 슬픔,
너의 슬픔은 슬픔 (분석하지
않아, 난 그저 널 안아)